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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용 노닐던 계곡 주변 천연 요새와 폭포 비경

2024-09-03 01:13 210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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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지 이상향 ‘속리산 우복동’ 경북 상주

입력 2024-08-29 04:05

속리산 자락 장바위산 정상부의 테뫼식 석성인 견훤산성.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정교하게 축조된 성벽 아래 소나무가 자라는 바위가 인상적이다.


우복동(牛腹洞). ‘소의 배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안온한 동네’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예언서 정감록, 예언가 남사고의 유록,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 등에 언급된 전란과 질병과 기근, 즉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10곳’을 일컫는 십승지지(十勝之地)에 근거한 이상향이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 그중 한 곳이다. 화북면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서쪽 속리산과 동쪽 청화산 및 도장산 사이 계곡 주변으로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

속리산에서 절경으로 꼽히는 문장대는 행정구역상 화북면 장암리에 속한다. 보은 쪽에서 오를 수도 있지만 상주 쪽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에서 최단 거리로 닿을 수 있다.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에 ‘견훤산성’ 안내판이 있다. 거리는 700m. 탐방로는 잘 정비돼 있어 걷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산성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쌓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삼국시대인 5~6세기 축성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견훤과 부친 아자개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일대인 상주 가은현 출신이라는 기록의 영향이 더 큰 듯하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견훤은 신라의 장군이었다. 하지만 진성여왕 6년(892년)에 신라에 반기를 들었고 효공왕 4년(900년)에 완산주(전북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세웠다.

산성은 장바위산(해발 541m) 정상부를 한 바퀴 두르고 있는 사각형의 테뫼식 산성이다. 650m 성벽은 산세와 지형과 조화를 이루며 정교하게 축조됐다. 동남쪽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성벽 아래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출된 암석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화룡점정이다. 성벽 너머로 화북면 일대가 아늑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성벽을 따라 오르면 말굽형의 망대(望臺)가 돌출돼 있다. 이곳에 서면 속리산의 주릉이 장관이다. 문장대에서 최고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기묘한 바위들이 풍채를 자랑한다.


속리산 문장대 오르는 길에 만나는 오송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옛날 폭포 주변에 자라던 다섯 그루의 소나무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산성에서 내려와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을 지나 문장대 방면으로 약 300m 오르면 오송폭포를 만난다. 옛날 폭포 주변에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 이름을 얻었다. 15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국립공원 구역이어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길쭉한 암석 들뜬 곳으로 물이 흐르는 옥양폭포.


오송폭포를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에 폭포가 또 있다. 북쪽에 위치한 폭포는 옥양폭포다. 약 10㎞ 떨어진 백악산 자락에 있다. 높이 20m에서 중간 돌다리처럼 길쭉한 암석의 들뜬 사이를 지나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바위가 옥(玉)으로 다듬은 대들보(梁) 같다.

남쪽의 폭포는 금란정이라는 정자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장각폭포다. 속리산 자락 사모봉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빚은 절경이다. 폭포 높이는 6m에 불과하지만 폭포 아래에는 짙은 물색을 띠는 깊은 소(沼)가 자리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금란은 ‘쇠보다 견고하고, 난초보다 향기롭다’는 뜻이다. ‘역경’에 나오는 말로 두터운 우정을 이른다. 이곳에서 금란의 우의를 다졌던 분들은 1900년대 상오리 위·아랫마을에 살았던 12분이다.


수령 200년 넘는 노송 아래 보랏빛 맥문동꽃.


장각폭포 인근 화북면 학생수련원 앞에 상오리 솔밭이 있다. 수령 200년 넘는 노송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때 송진을 채취한 상흔을 안고 있지만 여전히 당당한 위상을 뽐낸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에는 맥문동이 보랏빛 융단을 펼치고 있다.

폭포를 지난 물줄기는 용유계곡과 합수한다. 상주시 화북면 우복동의 행정지명은 용유(龍遊)리다. ‘용이 노니는 곳’이다. 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의 스승이었던 송명흠의 아버지 송요좌가 이 계곡에 구곡(九谷)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명소를 따라 ‘용유구곡길’이 이어진다.

용유구곡 제1곡인 동천석에 새겨진 초서체 글씨.

시작인 제1곡은 동천석(洞天石)이다. 우복동의 들머리에 있는 ‘동천(洞天)’이란 글씨를 새긴 돌이다. 구불구불 초서체로 쓴 글씨는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다. 봉래 양사언의 글씨라는 주장도 있고, 개운조사가 손가락으로 새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백거이의 시 ‘병중연좌’에서 이름을 따온 연좌암.
2곡 연좌암(宴坐岩)은 계곡 옆에 집채보다 큰 바위를 부르는 이름이다. 연좌란 편안하게 쉰다는 뜻. 백거이의 시 ‘병중연좌(病中宴坐)’의 한 구절 ‘조그마한 연못가에 편안하게 앉았더니(宴坐小池畔)/이따금 맑은 바람에 소매 끝이 살랑이네(淸風時動襟)’에서 가져왔다. 5곡부터 9곡까지는 상주의 경계를 넘어선 문경 땅에 있다. 용유계곡은 문경 땅에서 쌍용계곡으로 이름을 바꾼다.

여행메모
견훤산성 오르막길 700m에 30분
문장대 계곡 맑은 물로 키운 송어

경북 상주시 화북면은 당진영덕고속도로 화서나들목에서 가깝다. 견훤산성 입구 건너편에는 널찍한 무료주차장이 있다. ‘시어동 휴양체험단지’ 주차장으로, 한적하다. 산성까지는 700m라고 안내돼 있지만 꾸준히 오르막이어서 쉽게 볼 것만은 아니다. 20~30분은 족히 걸린다. 650m의 성벽 둘레를 한 바퀴 돌면 30분가량 추가된다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에서 문장대까지는 3.3㎞. 빠른 걸음이면 1시간 30분 정도에 오를 수 있다. 속리산 입장료는 없지만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은 유료다. 옥양폭포와 장각폭포 및 상오리 솔밭 등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화북면에는 펜션과 민박집이 곳곳에 있다. 화북에서 인기 있는 음식 중의 하나는 송어회다. 문장대 입구에 늘어선 송어횟집은 문장대 계곡의 맑은 물로 송어를 기르기 때문에 자연산 송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신선하고 시원한 맛이다.

또 맑은 물에서 낚은 민물고기 어죽과 자연산 버섯찌개도 특별하다. 우복동에는 직접 담근 메주로 내는 된장국을 내는 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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