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배후 기획자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했다는 점집은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한 다가구주택의 반지하에 있었다. 빌라가 밀집한 주거지에 있는 이곳은 내란을 미리 모의한 이른바 ‘햄버거 가게 회동’이 있었던 안산 롯데리아와 약 1.5㎞ 떨어져 있다. 걸어서 약 20분이 걸리는 거리다.
20일 한겨레가 찾은 이곳 점집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창문 틈으로 점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이 보였지만 불이 꺼져 깜깜했다. ‘안산시 모범 무속인’이라는 명패가 걸려있는 현관문 앞에는 북어가 쌓여있었고 채 가시지 않은 향냄새가 났다. 집 앞 창고 공간에는 막걸리와 소주 등 주류와 각종 무속 용품이 가득했다. 집 앞에 있는 쓰레기봉투에는 술에 절어 냄새가 진하게 남은 휴지들이 축축하게 젖은 채 담겨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10월1일 국군의날 당시 육군정보학교장으로서 여성 교육생을 술자리로 불러내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추행한 혐의로 군사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노 전 사령관은 2019년께부터 이곳 점집을 운영했으며,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에도 이곳 점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은 해당 점집이 내란과 연관돼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카메라들이 있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노 전 사령관이) 여기 살았다는 건 전혀 몰랐다”며 “이제야 여기 롯데리아에서 만난 이유가 이해가 간다”고 했다. 동네에서 만난 ㄱ씨는 “그렇게 높은 분이 왜 이 동네에서 점집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내란 시도마저 무속과 엮여있다는 사실이 황당하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이야기와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점집 이용 후기 등을 종합하면, 해당 점집은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점을 봤는지는 의문이다. 동네 주민인 ㄴ씨는 “남자분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점은 여성들만 봤고 남자분은 운영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점집에는 평소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으로 현직 사령관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등 12·3 내란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18일 노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앞서 전·현직 군 간부로 꾸린 사조직을 9월부터 동원해 비상계엄 작전에 투입할 30여명을 포섭하고 선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이들 인원에게 비상계엄 다음날인 4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해 선관위 핵심 실무자 30명을 수도방위사령부 비(B)-1 벙커로 납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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